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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강진 푸소 프로그램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정겨운 농가에 머물며 그곳에서 정성껏 준비해 주시는 식사를 맛볼 수 있다는 소식에 출발하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온새미로에 도착한 날은 비가 몹시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산 아래 고즈넉하게 자리한 한옥은 빗물을 머금고 더욱 운치 있게 다가왔고, 마치 오래된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농가'라는 말에 소박한 집을 떠올렸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크고 멋진 한옥과 넓고 품격 있게 가꾸어진 정원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께서도 따뜻한 미소로 저를 맞아주셨고, 거실까지 마음껏 사용하라고 내어주시는 배려에 더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 주방에서 한참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식사하셔요~"라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식탁 위에는 정말 감탄이 나올 만큼 풍성하고 정성 가득한 밥상과 반찬들이 가득했습니다. 하나하나 손맛이 깃든 요리들은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푸짐한 밥상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주인 아주머니께서 후식으로 과일을 내오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마음이 통했기 때문일까요? 어느새 제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고, 아주머니께서는 따뜻한 마음으로 들어주시며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아주 오랜 친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편안하고 행복했습니다.

밤이 되자 한옥 안으로 들려오는 빗소리에 마음까지 차분해졌습니다. 깨끗하고 하얀 침구에 몸을 맡기니 도시의 소음과 복잡함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았습니다. 한옥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과 함께 고요한 산 아래에서의 밤을 즐기며 오늘 하루의 감사함을 되새기며 눈을 감았습니다.

아침이 밝아오자 어제와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 아래 산의 모습은 한층 더 선명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마당에 나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니 비 온 뒤의 상쾌한 공기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은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마치 작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준비해주신 아침밥상 또한 정성스럽고 따뜻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집 주변을 둘러보며 정원을 천천히 산책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꽃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아저씨의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정원을 가꾸신 흔적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비 때문에 꽃들이 다 쓰러져서 아쉬우시겠어요."라고 여쭤보니, 아주머니께서는 "괜찮아요, 또 다른 꽃들이 피겠지요."라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 대답을 들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마을은 가구 수가 많지 않아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온전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소식 있으면 전해주세요~"라는 다정한 작별 인사를 남기고 온새미로를 떠나오는 길, 그 따스한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짧았던 1박 2일이었지만 온새미로에서 느낀 정성과 따뜻함, 그리고 한옥이 주는 평온함은 제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비가 내리던 날의 여유로움과 아주머니와 나누었던 진솔한 이야기, 한옥에서 느꼈던 포근함은 그 어떤 여행에서도 느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또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맑은 날에도 그 따스함을 느끼고 싶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빗소리와 함께했던 그날의 기억이 가장 소중하게 남을 것 같습니다. 온새미로에서의 그 따뜻한 밤, 그리고 다정한 아주머니의 미소는 오랫동안 제 마음에 남아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될 것입니다.